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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시간/나날의 일상

정치력의 필수 조건은 눈치일거야

by 피어나는 2016. 6. 23.

1.

처음 입사했을 때, 나는 무엇보다도 skillful 하고 싶었다.

내가 그만큼 아무것도 모르기에, 그리고 엔지니어를 지탱하는 것은 오직 기술이라고 생각해서.

그런데 회사는 다르다는 걸 배웠다.

큰 고객사는, 크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관장하는 능력이 있고, 보안도 강해서 웬만하지 않고서는 내부적으로 처리한다. 엔지니어로서는 고객의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고 다만 고객이 궁금한 것을 알아봐주는 역할에 한정된다. 여기에 고객의 시스템이 오직 HW만 관계가 있다면?

규모 덕에 계약 단위가 커서 돈은 되는 고객이나 지원하는 입장에서는 어쩌면 스킬업에 큰 도움이 안될 수 있다.

반면에 이런저런 사고가 많이 나는 고객사, 다만 돈이 안되는 고객사의 경우 온갖 케이스를 겪으며 클 수도 있다.

나는 후자가 낫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스킬이 좋은 엔지니어의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맡고 있는 고객사인 것이다.

회사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고객사를 관장하는가, 이것이 엔지니어의 목소리가 된다. 그 고객과 사이가 좋다면 더욱 특히...


그러니까, 알겠어? 피어나는 님은 누가봐도 열심히 하고, 그렇기 때문에 피어나는 님에 대해서 크게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거야. 기술력도 아직은 그 연차에 따질 게 아니거니와, 내가 볼 땐 순조롭게 잘 성장하고 있어. 장애 이해도, 일처리 속도도 빠르지.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라는거야. 피어나는 님, 라인을 잘 타야 한다고. 까인거야 명백하게.


눈치가 없어서 큰일인 나는 어떡하지. 일 잘하고 있다는 소리 들은 것이 의외일 정도로 난 스스로가 일머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정치력은 또 다른 문제야.

한 수 , 두 수 앞을 생각하는 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나는 부족해서 나도 스트레스인데.

이제 더이상 낮은 연차로 쉴드칠 수 없는데 기술력은 아직 너무 부족한 거 같고...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고, 내가 생각했던 엔지니어의 길과, 회사에서 살아남는 길은 서로 다른 방법이라는 것을 느끼고... 우울하구나.



2.

눈치는 역시 일하는데 필수 조건이다.

급하게 고객사를 바꾸었다고 해도, 설사 그 고객이 한달에 한번 잠깐 만나고 나에겐 백업을 소개할 기회조차 없이 상황이 벌어졌다고 해도, 그러면 전화라도 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수인계를 할 때는 자기가 맡고 있던 업무는 최대한 전부 해결하고 가야 하는 것이다. 다음 백업과 얘기가 된게 아니라면 말이지...

이 모든 것을 예고없이 맞닥뜨린 고객은 분노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죄송할 뿐이구요... 고객을 비롯해 나 대신 욕받이가 된 동료사원들에게...

이러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장애는 정말 다양한 형식으로 저지르고 있는 중이다. 한국적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 않다, 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왜 고객 입장에서 생각을 못하나? 라고 누군가도 말했다.

눈치가 없어서요...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여기에 가세하나봐요... 고치려고 노력하는데 아직도 좌충우돌이라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