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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시간/나날의 일상

오늘 문득 느낀 것.

by 피어나는 2015. 11. 29.

 

음... 나... 음...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었다.

꾀가 많은 영리한 사람을 기피하는 거. 그 사람이 나에게도 영리하게 굴거라는 거. 그걸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던 거지.

오히려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당연히 너에게도 영리하게 굴겠지. 당연한거 아냐? 그리고 그런 애들이 좋은 거야. 라고 말했다.

난 이해가 안갔지. 나한테는 꾀부리면 안돼지. 왜 나한테 꾀를 부려???

그런데 내 안에는 꾀 부림=음흉함 이라는 공식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음흉하다고 본거지.

이 인식을 계속 갖고있다가 이게 왜곡되면 면 똑똑한 사람들을 나보다 낫다고 기피하는 상황까지 갈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그런데 오늘 애들과 얘기하면서 다행히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거지.

나에게 꾀 부림=음흉함 공식을 수립하는 데 기여한 두 사람이 있지.

하나는 써글넘ㅋ. 하나는 대학 동기.

대학 동기 걔는 진짜 꾀돌이다. 이걸 보는 입장에선 참 교묘하게 써먹는데, 이게 때에 따라선 좀 얄밉고 반칙인데 뭐라고 할 수는 없고, 때로는 자기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며 써주니 이 왔다갔다 하는 모양새가 나에겐 불안을 주기도 했던 것. 저렇게 반칙적인 꾀를 쓰다가 호되게 한번 당할 것도 같은데...

하지만 이걸 들은 아버지는 걔 영리하네, 그게 뭐가 나빠? 그거 싫어하면 손해보는 애들만 만나다가 고생하고 사는 거지 뭐. 라고 일축해버렸다.

아니 아버지 그렇게 얄밉게 이득 챙겨가는 게 정말...? 이라고 묻고 싶다가 말았다. 왜냐면 세상 그렇게 정공법으로만 산다고 이득보는 거 하나 없다. 그리고 나는 내 생각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물어본거니까, 굳이 내 잘못되었을 수 있는 생각을 고집할 필요 없지. 아버지 말이 맞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내 말을 듣던 동기는 나는 꾀 많은 사람이 좋아요. 영리한 사람이 좋아요. 라고 말한 것.

어째 나도 말하다가 느낌이, 나는 영리하지 않아서 그 사람한테 휘둘릴까봐 싫다는 식으로 들리는 거 같아 좀 그렇더라. 그런 느낌은 아니고... 사실 그가 좋은 사람이면 아 뭐 내가 휘둘리면 어때. 근데 나를 통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고, 나는 이용만 당하고, 이런 식으로 휘둘린다면... 특히 배우자 같은 가까운 사람이 나를 그렇게 군다면 난 그건 싫은 거야.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보이는 거지. 그렇게 구는 사람은 성품이 나쁜 사람이지, 꾀가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마냥 구는게 아니야.

 

-나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나 혼자 이 얘기하다가 갑자기 저 얘기로 튄다고 한다. 그런데 내 생각도 갑자기 그렇게 튀는 듯. 좀 엉뚱하게 멀리 튀는 듯. ㅋㅋㅋㅋㅋㅋㅋ

에고고. 이게 너무 심하면 회사에서 혼나는데.

동기들하고 볼 때도 생각이 약간 엉뚱하게 흘러서 남들하고 다르게 행동하고, 다같이 있을 때 그렇게 굴면 남들이 좀 짜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지. 미움받는 그 사람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흐. 그래도 살짝 그 경향이 있는 듯.

얘기도 다 같이 하다보면 하나의 주제로 자연스레 흘러가는 게 있는데, 나 혼자 다른 주제에서 못 벗어나서 갑자기 근데말이야, 하며서 아까 다 지나간 얘기를 또 꺼내. 문제는 그 얘기도 나만 꽂힌거... ㅋㅋㅋ 다른 사람들은 별 관심 없는 ㅋㅋㅋㅋㅋ... 그러면 또 문제가 되지. 그거 들어주고 있어야 하잖아.

 

- 다른 애들은 자기 개인적인 주변 얘기는 잘 안하는 듯. 다시 말하면 너무 개인적인 말은 안 하는데 나는 너무 다 톨톨 털고 있는 거 같아.

 

-내가 내 입으로 고민을 털고 다닌 것도 있지만 아무튼 그 영향인지 동기들은 내가 일을 잘한다고 보지는 않는 것 같다. 아니면 그게 어울리면서 이 사람은 일을 잘 할 스타일 아닐 스타일 구분이 되어서 그런건지...

한 동기에게 빛이 날 거라고, 처음엔 가만히 있었다가 딱 빛이 난 것처럼 그렇게 될거라고 덕담하는 거 보고, 아 저 애는 이 동기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느꼈다. 그럼 나는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아버지랑 얘기를 하면서 궁금해할 포인트가 아니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고 다시 접었지.

이제까지 내가 보인 모습은, 지나치게 생각이 많음+일을 못한다고 에피소드를 털어내면 고민함+남들의 피드백을 이렇게 저렇게 너무 복잡하게 해석하며 혼자 고민을 만들고 있음 = 쓸데없는 고민이 많구나.

라고 느꼈을거야. 그리고 아버지 말에 따르면,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게 맞는 거라고. ㅋㅋㅋ

그리고 약간 자기합리화의 경향도 있는 것처럼 보일 거 같아.

왜냐면 프로젝트 얘기했을 때, 뭐라고 하던 어쨌든 내가 실력이 안되서 그런 거지만 일단 다른 요인들이 더 크게 기여했다고 보는게 위로가 되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거 같았고. 오늘도 여기저기 묻고 다녔을 때 남들도 나와 크게 차이가 있는 건 결국 아니었다. 라고 했을 때 반응들이... 의외라는...?

응? 그래? 다른 애들도 너랑 비슷하다고? 정말?

이렇게 놀라는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 큽...

그래서 물론 다른 사람들하고 비교해서 내가 좀더 처지는 것이 있을 수 있지, 그렇다고 쳐도 좀 너무한 거 같다. 라고 나는 결론지었다. 라고 말하니 그래 니가 그렇게 생각하겠다면 뭐... 이렇게 나오는 거 같아서. 휴.

 

-정말 다시 생각하지만, 내가 일을 못 한다고 느끼면 그냥 내 안으로 삭히고 잘하려고 노력하면 되는 거고, 입 밖으로 나 일 못해요, 라고 말할 필요는 없는 듯. 누가 나한테 심하게 대해도 그게 내가 일을 못해서 쌓인 결과라고 보면... 하소연을 한다 해도 그 사람 귀에 들어갔을 때, 결국 내게 부메랑이 될 것.

그렇다면 내가 쌓인 한이 많을 때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 까 . ㅠㅠ.... 어디가서 말을 안하자니 내가 죽을 것만 같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