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시간/상념의 조각

취해서 쓰는 편지

피어나는 2015. 7. 31. 00:48

과장님께.

안녕하세요 과장님.

오늘 주니어들과의 술자리에 저희 모두를 데려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감사한건 항상 감사합니다.

제가 타이밍을 잘 못 맞추는 사람이라서 이런 말을 자꾸 하면 아부같이 들릴것 같아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저는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래서 자꾸 말을 드리는 거에요.

무엇이 감사하냐면 일단 이렇게 배울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배우는 기회 뿐만이 아니라 정말 자세하게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시고 그날 그날의 커리큘럼도 다 만들어주시고

저는 IT라면 정말 무지렁이 같은, 무엇부터 해야할지도 모르는 나부랭이인데 이렇게 가라고 길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안해주셔도 된다는 걸 저도 알아요. 저는 들어온지 이제 7개월, 부서 배치 받은지 과장님 밑에 들어온지 2달이 이제 꽉 찼을 뿐입니다. 그런데 제 머리에 얼마나 많은 것이 그 사이에 들어왔는지 보세요.

저는 바보같은 질문도 많이하고, 조금만 알아봐도 알 수 있는 것도 자꾸 과장님께 의지해서 알아보려하고, 혼자서 생각해서 답을 얻어야 하는 부분들도 질문으로 해결보려고 합니다. 알려주신 것도 자꾸 잊어버리고 두번 세번 물어볼 때도 있습니다 심지어. 저의 이런 단점들도 다 수용해주시고, 알려줄 수 있는 한 자세히 알려주시고, 진짜진짜 답답하고 짜증날 때도 과장님이 한번도 큰 소리 내신 적 없으셔서 저는 그게 정말 감사하구요, 과장님이 만약에 화내실 때는 무조건 내가 잘못했을 거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나태해지지 말고 항상 달려가라고, 부지런하라고, 아침에 일 없다고 늘어지면 안된다고 말해주시는 과장님, 몸소 그것을 실천으로 저에게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리 일이 없어도 무조건 9시까지 출근하라고 와서 공부할거리 만들어주시고, 할 일을 스스로 찾도록 해주셔서 감사하고요, 폭우 내릴 때는 그래도 10시에 오라는 융통성도 함께 보여주셔서 좋습니다. 제가 이렇게 쓰다보니 이 부분은 왠지 비꼬는것도 같지만 저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왜냐면 저는 혼자서는 늘어지는 사람이라서요...

그래서 오늘 과장님께서 피어나는 씨 늘어지지 말라고 내가 그래서 9시까지 오라는 거라고 나도 오늘 술먹고 피곤하지만, 그치만 항상 누구 하나 일찍오라는 사람 없어도 9시까지 가려고 노력할거라고 비 많이 올때만 10시까지 부르는 거라고 했을 때 그때 과장님 정말로 항상 모범이 되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얘기할 걸 그랬습니다. 제가 그런 타이밍을 진짜 못 맞춥니다 ㅠㅠ...

 

선배님께.

솔직히 선배님 주는 것 없이 너무 잘해주시는 것 아닙니까?? 저 헤매고 있으면 맨날 옆에서 조용히 이거 이렇게 하세요... 챙겨주시고 제가 뭐 물어봐도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ㅠㅠ 뭐 잘못 행동하고 있으면 피어나는 씨 그러면 안돼요, 이렇게 하세요~ 라고 알려주시고 저는 정말 사람 복 많습니다 ㅠㅠ...

제가 선배님께 뭐 해드린 것도 없구요 솔직히. 저는 그냥 일방적으로 콜 따라다니고 선배님 차 얻어타고 다니고 그냥 콜 가서 피해안가면 다행입니다. 제가 든든한 백업이 될 수 있을지 지금 든든한 조수 역을 하고 있는지 항상 걱정이 됩니다.

저번에 책 보라고 추천해주신 것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 항상 챙겨주시고 이것저것 제가 묻지 않아도 먼저 조언해주시고 그러실 때마다 제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겠고 열심히 해서 더 잘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동기에게.

나의 동기 너에게 고마운 점을 꼽으라면, 혹은 너의 장점을 꼽으라면 그때 말했던 3가지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이 말할 수 있어. 먼저 나에게 너는 정말로 큰 insperation이야. 네가 수업을 잘 따라가고 진도를 끌어주기 때문에 나는 너를 기준으로 삼고 거기에 발 맞추고자 정말로 많이 노력하고 있거든. 나 혼자였다면 분명히 더 낮은 기준점을 가지고 아직은 괜찮아, 괜찮아 했을 거야. 하지만 네가 있어서 나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진도를 어떻게든 따라가야지 하는 생각을 매일매일 하게 된거야. 이렇게 열심히 과장님 수업 듣고 콜을 따라가는 것은 나에게 네가 항상 자극을 주고 이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기준을 주었기 때문이야.

네가 잘 하기 때문에 나도 많이 배우고, 또 사람들하고 탁구 칠 때도 일부러 보조 맞춰서 살살 쳐주는 것도 고마워. 어쩌다보니 과장님하고 탁구 파트너가 되었는데 네가 그렇게 안해줬으면 과장님 볼 면목이 더 안 섰을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나마 세네번이라도 오고 가는 건 네가 모두를 위해 나를 살살 대해주기 때문인 걸 내가 다 알고 있어.

나에게 항상 긴장을 주고 달리라고 말하는 너인데, 나는 너에게 그런 긍정적인 존재일지 궁금하고, 또 그렇게 좋은 자극을 일방적인 것이 아닌 서로 주고 받고 있다면 좋겠다.

또 네가 있어서 훨씬 더 내가 행동을 조심하기도 해.우리는 서로 관계자인 입장이다보니 섣불리 언행을 하기 어렵잖아. 그리고 서로에게도 솔직히 편한 사이가 되기 어렵지. 그래서 서로서로 조심하기도 하고, 혼자 있을 때보다 더 긴장하고 정신차리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해.

 

오늘 과장님하고 버스에도 나는 인복이 참 많다, 라고 말했는데 그게 너무 나는 진심이었는데 아부처럼 들렸을까봐 슬픕니다. 제가 금융공부하다가 어떻게든 하던거랑 연결고리 만들어 보겠다고 금융팀 온다고 아등바등 했을 때 과장님 웃으셨지만 ㅠㅠㅠㅠ 제가 그리 똘똘한 머리를 보여주지 못해서 야 너가 지금 금융공부 했다고 자랑하는 거야 햇병아리 녀석이 이렇게 생각하셔서 웃으셨을 수도 있지만 ㅠㅠㅠ 제가 실제로 말귀 제대로 못알아 듣고 어수룩한 모습만 보여드렸는데 무엇을 변명할 수 있겠습니까 어서 빠릿빠릿하게 믿을 수 있는 후임이 되도록 더 질 좋은 노력과 자세를 보여드릴수 밖에 없습니다.

제 동기가 말하기를 애티튜드가 좋으면 실력은 저절로 좋아진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선배가 말하시길 회사생활은 '축적'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두가지 말만 맘에 새기고 힘들 때 마다 생각하고 생활합니다.

저는 지금 되게 별거 아니고 보잘것 없지만 그래도 계속 노력하고 시간 들여서 답을 찾아내고 그런과정을 반복할 겁니다. 그리고 좋은 애티튜드 무엇일지 항상 생각하며 성실하고 현명한 언행을 고민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이게 작은 results들이겠지만 그래도 축적이 되면 그게 저란 사람의 자산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지금은 별로여도 노력하고 있고, 이 긍정적인 결과들을 모으고 모아서 태산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매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정말로요.

그리고 제게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고 또 실천할 기회를 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끌어주시는 여러분들꼐 정말로 감사하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언젠가 헤어지겠지요. 지금 이 강의실을 떠나서 홀홀히 일해야 하는 때가 곧 올것만 같습니다. 그때 모두에게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모두에게 제가 무엇이 감사했는지, 여러분가 있어서 무엇이 즐겁고 행복했는지, 회사생활이지만 각박하지 않았고 오히려 많은 긍정적인 기회들을 얻고 배웠던 그 순간을 고백하고 감사를 표현하며 그 시간을 마무리 짓고 싶습니다.여러분에게 제가 감사하다는 것을 꼭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 술 먹고 감정 고양된 김에 무엇이 감사했는지 적습니다.

언젠가, 이 고마움 리스트를 보기 좋게 정리해서 thankyou letter를 보내고 싶습니다. 여러분께 실례가 안된다면요. 모두 감사합니다.